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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징직조

규모 불변성과 거듭제곱 법칙 - 확대해도 같은 구조가 나타나는 이유

어떤 현상은 규모를 바꾸어 바라보아도 전체적인 형태가 달라지지 않는다.

작은 범위에서 관찰한 구조와 큰 범위에서 관찰한 구조가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통계적으로 유사한 패턴을 유지한다. 이러한 성질을 규모 불변성(scale invariance)이라고 한다.

규모 불변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학적 형태가 거듭제곱 법칙이다.


1. 거듭제곱 법칙

거듭제곱 법칙을 따르는 분포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P(x) ∝ x^(-α)

여기서:

  • x는 사건의 크기나 빈도
  • P(x)는 크기가 x인 사건이 나타날 가능성
  • α는 분포가 얼마나 빠르게 감소하는지를 결정하는 지수

α가 클수록 큰 사건의 빈도가 빠르게 줄어들고, α가 작을수록 매우 큰 사건이 상대적으로 자주 나타난다.

거듭제곱 법칙의 핵심은 단순히 큰 값이 드물다는 것이 아니다.

크기를 일정한 비율로 확대해도 분포의 형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2. 규모를 바꾸어도 형태가 유지되는 이유

x를 c배 확대한 값 cx로 바꾸어 보자.

P(cx) ∝ (cx)^(-α)

거듭제곱을 분리하면:

P(cx) ∝ c^(-α)x^(-α)

따라서:

P(cx) ∝ c^(-α)P(x)

x를 c배 확대하면 확률은 c^(-α)배 변하지만, x에 대한 함수의 형태는 여전히 동일하다.

즉, 확대에 의해 분포 전체의 크기는 달라지지만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거듭제곱 법칙이 규모 불변성을 갖는 이유다.

예를 들어 크기를 10배 확대했을 때 발생 빈도가 항상 일정한 비율만큼 감소한다면, 1에서 10으로 가는 관계와 10에서 100으로 가는 관계가 동일한 규칙을 따른다.

절대적인 차이가 아니라 비율의 변화가 중요해지는 구조다.


3. 로그 스케일에서 보면 직선이 된다

거듭제곱 법칙의 양변에 로그를 취하면 다음과 같다.

log P(x) = -α log x + 상수

따라서 가로축과 세로축을 모두 로그 스케일로 표현하면 거듭제곱 관계는 직선으로 나타난다.

이 직선의 기울기가 -α다.

이는 거듭제곱 법칙이 모든 규모에서 같은 비율 관계를 반복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인 선형 그래프에서는 작은 값이 몰려 있고 큰 값이 멀리 떨어져 보이지만, 로그 그래프에서는 서로 다른 규모가 동일한 간격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거듭제곱 법칙은 로그-로그 그래프에서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4. 자연스러운 대표 크기가 없다는 것

정규분포에서는 평균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사례가 모인다.

예를 들어 사람의 키를 생각하면 극단적으로 작은 사람이나 극단적으로 큰 사람은 매우 드물다. 평균적인 키가 실제 집단의 전형적인 사례를 어느 정도 대표한다.

이러한 분포에는 자연스러운 크기 척도가 존재한다.

  • 평균 키
  • 평균 측정 오차
  • 평균 속도
  • 평균 생산량

반면 이상적인 거듭제곱 분포에는 현상을 대표하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사건은 매우 많고, 큰 사건은 적지만, 크기의 범위가 여러 자릿수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

도시 인구를 예로 들면 작은 도시는 많고 거대 도시는 적다. 그러나 어느 하나의 도시 규모를 전체 도시의 전형적인 크기라고 말하기 어렵다.

단어의 사용 빈도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단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극소수의 단어는 전체 문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평균 사용 빈도에 해당하는 단어를 찾아도 그것이 언어의 전형적인 단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즉, 거듭제곱 분포에서는 평균이 계산될 수 있더라도 그 평균이 실제 현상의 전형성을 잘 나타내지 못할 수 있다.


5. 소수의 거대한 사례가 전체를 지배한다

거듭제곱 분포에서는 큰 값이 정규분포보다 훨씬 자주 나타난다.

이를 두꺼운 꼬리 분포라고 표현한다.

정규분포에서는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사건의 확률이 매우 빠르게 감소한다. 따라서 충분히 극단적인 사건은 사실상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거듭제곱 분포에서는 확률이 비교적 느리게 감소한다.

그 결과:

  • 소수의 거대 도시가 전체 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 소수의 부유층이 전체 부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며
  • 소수의 웹사이트가 대부분의 방문을 차지하고
  • 소수의 단어가 전체 문장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며
  • 소수의 대형 지진이 전체 피해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평균적인 사건보다 극단적인 사건이 전체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보통 얼마나 큰가?”보다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가장 큰 사건이 전체에서 얼마만큼을 차지하는가?


6. 평균과 분산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연속적인 확률밀도함수를 다음과 같이 가정해 보자.

p(x) ∝ x^(-α)

이때 분포의 평균과 분산이 존재하는지는 α의 값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충분히 큰 x까지 이상적인 거듭제곱 법칙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 α가 1 이하이면 확률분포 자체를 정상적으로 정규화하기 어렵다
  • α가 2 이하이면 이론적 평균이 발산할 수 있다
  • α가 3 이하이면 분산이 발산할 수 있다

평균이 발산한다는 것은 실제 관측값이 무한하다는 뜻이 아니다.

표본을 더 많이 수집할수록 더 큰 사건이 계속 등장하여 평균값이 안정적으로 수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규분포에서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평균이 빠르게 안정된다. 반면 두꺼운 꼬리 분포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 지금까지 계산한 평균을 크게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단순 평균만으로 미래 위험이나 전체 구조를 판단하기 어렵다.


7. 왜 서로 다른 현상에서 비슷한 분포가 나타나는가

지진, 도시, 언어, 네트워크, 부의 분포는 서로 완전히 다른 현상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비슷한 거듭제곱 구조가 나타나는 이유는, 이들이 동일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비슷한 생성 규칙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7.1 비례 성장

어떤 대상의 증가량이 현재 크기에 비례하면 규모의 차이가 계속 확대된다.

예를 들어 인구 1만 명인 도시와 100만 명인 도시가 모두 1%씩 성장하면 증가율은 같지만 절대 증가량은 크게 다르다.

  • 1만 명의 1%는 100명
  • 100만 명의 1%는 1만 명

큰 대상일수록 더 큰 절대량을 획득하기 때문에 규모 격차가 유지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


7.2 선호적 연결

네트워크에서는 이미 많은 연결을 가진 노드가 새로운 연결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유명한 웹사이트가 새로운 링크를 더 많이 받고, 이미 많은 사용자를 가진 서비스가 신규 사용자를 더 쉽게 끌어들이는 현상이다.

이를 흔히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연결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연결을 얻는다.

이러한 누적 과정은 소수의 거대한 허브와 다수의 작은 노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7.3 곱셈적 과정

값이 일정량씩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씩 변하는 과정에서도 넓은 크기 분포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자산이 매번 일정 금액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산의 몇 퍼센트만큼 증가하거나 감소한다면 작은 차이가 시간에 따라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덧셈적 변화는 평균 주변의 분포를 만들기 쉽지만, 곱셈적 변화는 여러 자릿수에 걸친 규모 차이를 만들기 쉽다.


7.4 임계 상태와 연쇄 반응

어떤 시스템이 임계점 근처에 있으면 작은 자극이 작은 결과를 만들기도 하고, 거대한 연쇄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각에 축적된 응력이 작은 진동으로 끝날 수도 있고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사건의 크기를 결정하는 하나의 고정된 척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크기의 연쇄 반응이 발생하며, 그 결과가 거듭제곱 법칙에 가까운 분포를 보일 수 있다.


8. 프랙탈과의 관계

규모 불변성은 프랙탈 구조와도 연결된다.

프랙탈에서는 전체 구조의 일부를 확대했을 때 전체와 유사한 형태가 다시 나타난다.

거듭제곱 법칙은 이러한 자기유사성을 통계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모든 거듭제곱 분포가 눈에 보이는 기하학적 프랙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프랙탈은 공간적 구조의 자기유사성을 주로 말하고, 거듭제곱 법칙은 크기와 빈도 사이의 규모 불변 관계를 말한다.

둘은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모두 다음 특성을 공유한다.

관찰 규모를 바꾸어도 같은 종류의 규칙이 반복된다.


9. 대표적인 사례

지진 크기

작은 지진은 매우 자주 발생하고, 큰 지진은 드물게 발생한다.

지진 규모가 일정량 증가할 때 발생 빈도는 일정한 비율로 감소한다. 동시에 지진 에너지는 규모가 증가할수록 매우 빠르게 커진다.

따라서 드문 대형 지진이 전체 피해를 압도할 수 있다.

도시 인구

작은 도시는 많고 거대 도시는 적다.

도시의 순위를 r, 인구를 S라고 할 때 일부 국가와 범위에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관계가 관찰된다.

S(r) ∝ 1/r

이를 도시 규모에 대한 지프 법칙이라고 부른다.

단어 빈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매우 자주 등장하고, 순위가 낮아질수록 사용 빈도가 일정한 비율로 감소한다.

이 역시 지프 법칙의 대표적인 사례다.

네트워크 연결 수

인터넷 링크, 인용 네트워크, 사회적 네트워크에서는 대부분의 노드가 적은 연결을 가지고, 소수의 허브가 매우 많은 연결을 가질 수 있다.

부의 분포

중간 이하의 소득 구간 전체가 하나의 거듭제곱 법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상위 부의 분포에서는 파레토형 두꺼운 꼬리가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소수의 극단적으로 큰 자산이 전체 분포에 강한 영향을 준다.


10. 모든 범위에서 완벽한 거듭제곱 법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시스템은 무한하지 않다.

도시 인구에는 세계 인구라는 상한이 있고, 지진 크기에는 지각 구조가 허용하는 한계가 있으며, 개인의 연결 수나 자산도 물리적·사회적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실제 데이터에서는 보통 특정 범위에서만 거듭제곱 법칙과 유사한 형태가 나타난다.

아주 작은 값에서는 측정 한계나 다른 생성 과정이 영향을 주고, 아주 큰 값에서는 시스템의 유한한 크기로 인해 분포가 잘릴 수 있다.

이를 절단된 거듭제곱 분포라고 표현할 수 있다.

p(x) ∝ x^(-α)e^(-x/x_c)

여기서 x_c는 거듭제곱 법칙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고 감소가 빨라지는 특징적 한계 규모다.

따라서 로그-로그 그래프가 직선처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즉시 거듭제곱 법칙이라고 결론 내리면 안 된다.

로그정규분포, 지수분포, 절단 거듭제곱 분포도 제한된 구간에서는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11. 철학적 의미

거듭제곱 법칙은 자연과 사회에 항상 평균적인 크기가 존재한다는 직관을 흔든다.

우리는 흔히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대표값을 찾는다.

  • 평균적인 사람
  • 평균적인 기업
  • 평균적인 도시
  • 평균적인 재난
  • 평균적인 사용자

하지만 규모 불변적인 시스템에서는 평균적인 사례가 전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례는 매우 작지만, 전체 자원과 영향력은 소수의 거대한 사례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세계를 평균 주변의 작은 변동으로 보는 관점보다, 여러 규모에서 반복되는 비율 관계로 보는 관점이 더 적합하다.

거듭제곱 법칙이 말하는 것은 단순히 “큰 사건도 가끔 일어난다”는 사실이 아니다.

작은 사건과 큰 사건이 서로 다른 종류의 현상이 아니라, 동일한 규모 관계 위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지진은 작은 지진과 완전히 다른 법칙으로 발생하는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같은 생성 과정이 더 큰 규모로 전개된 결과일 수 있다.

거대 도시나 거대 네트워크 허브도 예외적인 외부 요소라기보다, 누적 성장 규칙 자체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12. 핵심 정리

거듭제곱 법칙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P(x) ∝ x^(-α)

x를 c배 확대하면:

P(cx) ∝ c^(-α)P(x)

따라서 규모를 바꾸어도 함수의 기본 형태는 유지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 자연스러운 대표 크기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고
  • 작은 사건은 매우 많으며
  • 큰 사건은 드물지만 무시할 수 없고
  • 소수의 극단적인 사례가 전체 결과를 지배할 수 있으며
  • 평균과 분산이 불안정하거나 전형성을 잃을 수 있다

규모 불변성은 다음과 같은 관점을 제공한다.

어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하나의 평균적 크기를 찾을 필요는 없다.
때로는 서로 다른 크기 사이에서 반복되는 비율 관계가 그 현상의 진짜 구조다.